2008년 05월 14일
타인의 취향
솔직히 이 글에 동감은 한다. 내 취향도 저런 닭살(...)스러운 프로그램 눈 뜨고 못 봐주는 성격인지라.
그런데 ozzyz님이 괜히 유식한 척 한다고 욕먹고 문장이 너무 어렵다느니, 허영에 쩔어 산다느니 하는 소리 들으시는 것은 아무래도 타인의 취향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하셔서 그런 듯 싶다. 물론 블로그는 개인적인 공간이니 자기 싫은 것 좋은 것 다 자유롭게 말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유명하다보니 아무나 와서 욕 남기고 가고 그러나보다-_-;
내 친구도 <우리 결혼했어요> 보고 재밌다고 하고, 어떤 친구는 울기까지 한다. 나는 재미도 없고 보기도 싫지만 그 애들이 그걸 보고 좋아한다고 해서 딱히 불만은 없다. 대다수 시청자들에 대한 느낌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이 보건 말건, 방송사가 저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저게 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헐리우드가 매년 수억의 달러를 들여 같은 패턴의 로맨틱 코미디를 제작하는 이유가 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나가는 이념이나 유행은 다 돈이 되는 것들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유행처럼 흔하고 쉽게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틱/로맨틱/판타스틱한 사랑을 효율있게 연출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다. 그렇지만 보기 싫으면 내 돈 주고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물론 헐리우드와 연애 버라이어티 쇼가 너무 압도적이라 그것이 취향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아주아주 불리한 상황이지만. 그것들이 잘 팔리는데 어쩔. 대중과 취향이 싱크로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 것을...
그렇기에 저런 프로그램이 가식이라 나중엔 진짜와 가식을 구분하지 못할까 하는 노파심은 솔직히 신빙성이 없다. 자신과 다른 취향의 프로그램이 잘 팔린다고, 대중적이라고 해서 약간 짜증나시는 것 같은데, 그건 나도 전적으로 동의 ㅎㅎ 괜히 사랑타령하고 눈물짓고 철없는 척 하고, 다 정말 별로다. 하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 남들이 재밌다고 보는데 그 프로그램이 진실한 사랑에 대한 탐구를 하지 않는다고 우리 결혼했어요가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져야한다> 식의 진리라도 발견하신 듯 지적을 하시니까 사람들이 허영에 차있다고 하는 듯 하다. 왜냐면. 누가 모르나, 그게 가식인걸. 그런데 대중은 가식과 티비의 연출을 구분 못 할거라고 지례짐작을 하시는 듯 하니까 허영에 차있는 것이 맞을지도.
"우리 시대의 사랑이란 그렇게, 가벼운 거짓말이 되어가고 있다." 라고 하시는데 그건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느 시대의 사랑도 진실이었던 적은 없고, 그러므로 우리 시대의 사랑이 거짓이라는 증거도 없다. 또 어느 시대의 사랑이 특히 거짓이었던 적도 없고, 우리 시대의 사랑이 진실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다. 어느 시대나, 진실된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죽을 때까지 진실된 사랑인 줄 알며 거짓된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사랑을 안 하는 사람도 있다. 아니면 사랑이란 너무 주관적인 개념이라 진실이고 거짓이고 함부로 따질만한 성질의 주제가 아니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잘 팔린다고 거기에서 나오는 사랑이 "우리 시대"의 진실된 사랑이 되는 것도 아니고, Eternal Sunshine이 내 생각에 잘 만들어진 사랑에 관한 영화라 해서 그 영화 안에 우주적 진리가 담겨있는 것도 아니다. 분명 <우리 결혼했어요>에도 어느 정도의 진실이 들어있으니까 그렇게 많이 팔리는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누가 보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특정 쇼가 본질적으로 저질이다, 혹은 해롭다, 하고 주장하는 것은 별로다. 그 쇼를 보고 즐기는 불특정 다수의 모든 사람들을 싸잡아서 "취향 저질" 혹은 "취향 가식"이라고 분류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
# by | 2008/05/14 00:38 | 이성 | 트랙백 | 덧글(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